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최봉림 (사진 비평)30대 주부와 가정을 소재로 한 이선민의 작업은 최소한의 연출을 통해 비판적 거리두기를 실현하는 모범적인 예다. 작가는 실제 30대 가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사에 조심스럽게 끼어들어 거리두기, 낯설음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상황을 조절한다. 그러나 이 최소한의 개입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낯설게 변모한 일상적 현실 속에서 30대 가정의 권태와 무기력, 소통의 단절과 피로가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민의 사진 속에서는 가히 두려워 할만한 진실의 입이 30대의 삶에 관한 어떤 상투적 담론과 공허한 행복론을 뒷걸음치게 하고야 만다. 이행되지 않은 사랑의 약속, 믿을 수 없는 행복의 기약, 쓰러져 가는 젊은 날의 꿈 등,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선민의 일상적 사진 장면들은 따라서 비극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