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라는 풍경이영준 (계원예대 교수, 이미지 비평가)
가족은 많이 사진 찍히지만 가정은 별로 많이 사진 찍히지 않는다.
가족은 화합과 화목을 표상 하는 이미지로서 많이 보여지고 화합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지만 가정, 특히 가사노동의 공간으로서의 가정은
별로 이미지화되지 않는다. 가정은 흔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듯이
10여명의 가까운 대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식사를 같이 한다든지 차를
같이 마신다든지 하는, 먼 과거에나 있을 법한 이미지로나 비친다.
이선민의 사진은 바로 그런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그의 사진에
나오는 모습들은 우리가 집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것이고, 하등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집에서 엄마가 애들 보고, 방 치우고 하는
모습이야 가장 흔한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가사노동은 가장 이미지화되지 않았고, 아무도 관심 있어 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녀의 사진에서 가정의 의미는 반전되고 있고, 그녀의 사진이 낯설어
보이므로 그녀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누구도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는 가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진들의 관람객은 그
가정에서 사는 바로 그 사람들이어야 한다. 가족들은 자신이 어떻게 생긴
집에서 살고 있고, 자신의 실내공간이 어떻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풍경같이 생겼는지 낯선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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