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비친 현대인의 자화상-이선민의 트윈스 Ⅱ윤정미내가 처음 이선민의 사진작업을 보게 된 것은 대학원시절 선배들의 석사학위 졸업논문심사를 뒤에 서서 보면서, 우연히 그의 첫 작업 ‘황금 투구’ (1996년)를 보게 되었고, 그 이후 한 전시장에서 선배의 얼굴을 마주쳤는데, 결혼하고, 애기도 낳고...그렇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냥 순간적으로 ‘아...작업은 더 못하겠구나’ 하고 그냥 무심코 생각했다. 그리고 약 8년 후, 그의 ‘여자의 집Ⅰ’ (2004년) 이란 제목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엿보여지는 것은 결혼한 여자들의 거실이나 방안에, 주부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자연스러운듯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인데, 그냥 평범한듯한 그 사진 속에는 아이들의 양육과 가사 노동으로 인해 주부들의 작아진 꿈, 또는 아예 그런 꿈 자체가 언제 있었느냐는듯한 슬픈 면이 엿보이는 사진이었다. 나 역시 결혼한 여자라서 그런지, 그 작업을 더 큰 공감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고, 결혼생활에 시댁과의 갈등이나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에서 사는 여자들, 또 맞벌이 일을 하면서도 많은 가사노동을 부담해야하는 위치, 제사 등등 한국의 결혼한 여자들이 처한 여러 상황들을 참 잘 표현하고 있다라고 생각되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남의 제사 지내는 정신없는 상태의 집에서 모델들의 오묘한 시선의 방향이나, 그들의 짧은 순간의 어떤 포우즈 등으로 가족 간의 섬세한 관계망이 드러내는 사진을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의 ‘Twins’(2006) 작업을 보면서, 나의 작업 중 ‘핑크 & 블루 프로젝트’와 연관되는 면들이 있기도 해서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작업이 바로 이 사진작업인 ‘트윈스 II’(2008~)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작년에 우연히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트윈스Ⅱ-수정과 지영' 사진을 한 전시장에서 직접 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이선민의 사진 속에서 작업의 진정성을 느끼며 좋아하긴 했지만, 이 새로운 작업은 조명, 세팅 등 기술적인 면이나 여러 면에서 더욱 세련되어지고 심화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그의 사진 속 공간이 좁은 아파트에서 야외로 탁 나간 것처럼, 작업적으로도 뭔가가 진화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의 집 I, II' 시리즈에서는 모델들이 살고 있는 실제 공간에서 서로를 엇갈리게 응시하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는 시선들이 보여졌는데, 이 사진에서는 모델들 모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 공간에 있어서도 그 동안의 편리하지만 답답한 아파트 안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야외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아주 약간 무엇인가 연출한 듯한 느낌, 그리고, 잠시 촬영을 위해 멈춰진 그들의 미세하게 경직된 포우즈와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 속에서, 나는 그들의 꿈에 몰입되지 않고, 다시 한 발짝 물러나서 그들의 꿈과 현실과의 간극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뿐만 아닌 가족의 꿈, 또 개개인의 꿈과 이상, 욕망과 현실을 또 다시 되묻는 듯하다. |